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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황사 갤러리

8월 한문학당 사흘째-미황이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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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금강 작성일11-08-05 21:05 조회1,793회 댓글6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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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미황이에요.
내가 많이 보고 싶겠지만 잘 참고 계신 거지요?
 
오늘도 5시에 일어났어요. 이건 뭐 거의 기적이에요.
아침 예불을 드리고 천수를 들고 부도전까지 다녀오고
한문공부를 하고. 얼마나 바쁜지 몰라요.
하지만 사이사이 쉬는 시간이 있어서 살짝 잠도 자고
공기놀이도 하고 배드민턴도 치고 스님이 나눠주시는 누룽지 과자도 먹어요.
선생님들은 쉬는 시간에는 우리하고 여러가지 비밀이야기도 막 해요.
발우공양은 여전히 힘들지만 꾹 참고 있어요.
힘든 것도 싫은 것도 참을 줄 아는 사람이 되라고 저를 여기 보내주신 거지요?
 
오늘 오후에는 솦체험을 했어요.
뱀허물처럼 쌍살벌 집을 발견했는데 꿀벌이 아닌 벌들은 꿀을 모아두지 않는데요.
꿀이 있는 줄 알고 집어올 뻔 했지 뭐에요. 휴-
제비나비가 알을 낳으러 돌아다니는것도 보았고 알도 발견했어요.
나비 알은 꼭 새똥처럼 보여요.
그리고 산에서 야호~~하고 소리치면 무식한 사람이래요.
새들이 놀라서 알을 포기할수도 있대요.
숲은 나무와 동물들의 집이니까 우리는 손님으로 찾아가서
예의를 잘 지켜야 멋진 손님이 되는 거에요.
이제부터 산에서 야호~~ 소리치는 이들은 다 째려볼 거에요.
 
숲체험이 끝나고 덥고 출출하고 목마른 채로 내려왔는데 
딱 내 마음을 아시고 공양주 보살님이 수박하고 감자를 준비해주셨어요.
물론 왕감자 하나 꿀꺽. 수박도 여러쪽 와삭와삭 먹어치웠어요.
 
그리고 나서는 노간주 나무로 작은 목걸이를 만들었어요.
금강스님은 단청무늬도 그린 목걸이를 자랑하셨지만
우리는 그냥 나무테 무늬목걸이를 만들었어요.
집에 가서 시간 있을때 예쁜 그림을 그리면 되니까 괜찮아요.
 
저녁엔 별자리공부도 했는데
아쉽게도 구름이 너무 끼어서 별을 실제로 관측할수 없었어요.
천체망원경으로 별을 볼 수 있는 기회였는데 아,,,아까워라.
하지만 구름 속에 든 별이 사라진 건 아니잖아요.
구름이 없는 날다시 별을 찾아볼 거에요.
 
엄마, 여기는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서울 친구들이 다 모여있어요.
이 친구들하고 나중에 네이트랑 싸이에서 만니기로 했어요.
우리가 어른이 되어도 한문학당 친구들은 아주 특별한 친구들일 거에요.
 
엄마. 내가 한 빨래가 내일까지 잘 마를까요?
 
엄마, 아빠,안녕히 주무세요.
 
미황이 올림
 
 글,사진- 임정진
 
 
 
 
 
 
 
 
 
 

댓글목록

한별맘님의 댓글

한별맘

언뜻 보이는 아들의 뒷모습...뒷모습만으로도 반갑고 설레는 건 어쩔 수 없는 모정인가 봅니다. 매일 좋은 가르침 주시고 좋은 경험 쌓게 해주시는 미황사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twin님의 댓글

twin

오늘도 한문 공부 열심히 하는 우리수민이가 보이네... 엄마가 너무 보고싶은데 이렇게 사진에서 볼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해.. 수민아 많이 힘들어도 미황사를 나올 때 쯤 한없이 커져있는 수민이가 보일꺼야 건강하게 잘 지내고 많이많이 사랑해...더운 날씨에 아이들 지도해 주시는 스님들 자원봉사자선생님들 감사합니다..

승준맘님의 댓글

승준맘

살짝 보인  아들 뒷모습에  짝사랑하는 누군가를 훔쳐보는 것 마냥 가슴이 뜁니다.
초록숲안에서 아이들은 마치 그 곳에서 계속 살고 있던 사람처럼 자연스럽고 잘 어울리네요.
더운 날. 다들 건강하게 지내세요.
짧은 헤어짐이 아들 뿐 아니라 엄마인 제 마음의 키도 키워주는 것 같습니다.

주연맘님의 댓글

주연맘

승준맘께서 모든엄마들의 맘들 콕찝어 얘기해 주셨네요.
저역시 아들의 그림자라도 찾아 헤매네요.
이모든게 미황사 한문학당 덕분인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시간화살님의 댓글

시간화살

남자와 여자의 마음, 남편과 아내의 마음, 아버지와 어머니의 마음은 똑 같은나 표현의 방법은 다른 것 같습니다. 어머니는 자녀들의 그림자라도 찾으려고 매일 저녁 사진 업데이트를 기다리고 사진이 업로드 되면  늦은 시간 단체사진속에서도 자녀를 찾아냄은 물론 포정까지 분별해 냅니다. 자녀가 웃고 있으면 엄마는 허전한데 아이는 웃고 있어 서운하다, 자녀가 웃지 않으면 무슨 일이 있냐고 걱정합니다. 그리고는 옆에서 아무말 없이 아무 반응없이 바라만 보고 있는 무뚝뚝한 부산産 남편에게 억지를 부립니다. 애들 보고 싶지 않냐고...왜 반응이 없냐고.... 표현의 차이인데 어쩔 수 없죠...
일주일이라는 기간. 자녀들 보다는 부모님들이 부처님의 마음을 잠깐이라도 체험하는 그런 기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4분의 부모님들이 글을 남기셨는데 대부분 어제가 아닌 오늘 새벽에 글을 남기셨네요...우리 애들은 알까요. 이런 부모님의 마음을....
애들 표현으로 세밤만 자고 나면 우리 애들 볼 수 있습니다 ^.^ 그날을 손꼽으면서....

혜영혜선맘님의 댓글

혜영혜선맘

울 쌍둥이 딸들이 눈에 그려져 오늘 바로 달려가려는 것을 꾹 참고 멈췄습니다.
사진만으로도 건강하게 지내고 있는 것 같네요.
기다린다는 것이 참 어렵습니다.
하지만 내가 가진 믿음만큼 또 아이들이 성장하겠지요. 그게 부모의 의무인것 같습니다.
항상 이야기 하듯 내 귀한 보물들아, 스스로 빛을 내고 성장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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